
지난 주말, 비가 쏟아지던 날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사각사각 펜페스트에 다녀왔어요.
웨이팅이 길다는 소식에 '오늘 같은 날 괜히 고생하는 거 아냐…' 긴장했는데,
다행히 제가 도착했을 땐 줄이 없더라고요.
젖은 우산을 탈탈 접고 곧장 안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건 포근함이었어요.
밖에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안은 조명도 따뜻하고 어쩐지 더 아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입구에서는 부직포 가방과 엽서를 나눠주셨는데,
전시 보면서 득템한 걸 담으라고 챙겨주신 가방이라 구경 내내 어찌나 든든하던지요.
(이 가방, 결국 꽉 채워서 나왔다는 후문이…)


사각사각 펜페스트는
아날로그 문구를 트렌디하고 힙하게 재해석한 전시답게,
공간 곳곳이 '쓰고 남기는 즐거움'으로 가득했어요.
만년필, 잉크, 노트, 도장, 스티커까지, 필기도구라는 작은 세계가 이렇게 넓었나 싶었죠.
특히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잉크 스와치 전시였어요.
수십 가지 잉크 색이 손글씨 스와치로 빼곡히 정리돼 있는데,
비슷해 보이는 색도 종이 위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더라고요.
한 칸 한 칸 들여다보느라 한참을 서 있었답니다.

압권은 '펜 뷔페' 존이었어요.
이름 그대로 여러 펜을 직접 집어 써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유리펜에 잉크를 콕 찍어 시필지에 그어보니 사각사각 긁히는 그 촉감에 또 반해버렸어요.
'이건 꼭 집에 데려가야 해' 싶은 펜을 몇 번이나 내려놨다 집었다 했는지 몰라요.
공간 곳곳에서는 '사각사각'이라는 전시명을 살린 음악도 잔잔하게 흘러서,
눈으로만 보던 전시가 귀로도 천천히 스며들더라고요.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도장을 꾹 누르는 소리, 그리고 배경음악까지 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판매 공간 한편에는
작가님들의 기록물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예쁜 문구를 고르는 즐거움 사이사이, 누군가의 손글씨와 기록을 조용히 읽어 내려가는 시간이 놓여 있었어요.
사고 싶은 마음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번갈아 드는,
판매와 전시가 참 균형 있게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빗소리와 전시장의 온기,
그리고 종이 위를 스치는 사각사각 소리까지.
이 셋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독서의 계절 가을과 꼭 닮은,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였어요.
아쉽게도 이번 전시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이 포근한 여운은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네요.
다음 회차엔 꼭 더 일찍, 더 여유롭게 둘러보러 가야겠어요!

🐹 에디터 코멘트
돌아오는 길에 문득,
저도 언젠가 이렇게 누군가의 하루를 포근하게 채워주는 전시를 직접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좋은 전시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작은 씨앗을 남기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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